기록하다.

나이 들어가며

그라쎄 2019. 11. 23. 09:02

한 살 한 살 먹는 게, 시간이 가는 게 그리 싫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 나이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은 성숙하고 싶었고 자라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사려고 했고, 깨어있으려 했다. 방향 없이 표류하며 흘러가는 게 아니라, 나의 방향대로 더디더라도 닿고 싶었다. 나는 지금, 닿아가고 있는가? 

시험지 답안을 채점하듯, 점수가 매겨지는 게 아니기에 도통 확신할 수 없다. 그런데 이거 하나만큼은 알겠다. 아무도 모르는 한치 앞길이다. 나만 모르는 게 아니라, 모두가 모르는 앞길. 그렇기에 누군가보다 나은 길을 택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나는 나의 선택을 하는 것이고 그 선택은 반드시 후회가 따른다. 하지만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가 따른다. 그러하니 불안함 보다는, 그저 한발 한발 내딛는 것 자체로 내 자신을 격려해야 한다. 우리는 상황을 선택할 수 없다. 상황에 따른 선택만 할 수 있을 뿐. 내가 지나온 길을 보며 나의 지금을 판단하고 또 미래를 그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