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실망

그라쎄 2020. 6. 22. 19:02

글을 쓴다는 것은.. 나는 심사가 복잡하다는 이야기고, 조금이나마 정리하고 싶고 또 잊고 싶지 않아서이다. 

 

나는 실망을 했다. 

이성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어서라기보다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반듯한 사람이고 또 진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랬기 때문에, 다시 만나고 난 이후에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고 나를 속상하게 해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하면서 넘겨왔고 또, 내가 헤어지자고 했다가 다시 만났는데 쉽지 않겠거니 하며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 시간동안 켜켜히 오빠는 나에게 불안을 심어주고 또 의심을 심어주었다. 충분하게 공유하지 않았고 적당히 선별한 정보들을 전달했다. 충분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고, 의도적임을 알고 있었지만 넘어갔다. 때가 되면 말해주겠거니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더이상 오빠가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왔을 때 오빠가 어떻게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역시, 오빠는 그랬다. 나를 한없이 찌질하고 못난 질문을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먼저 충분히 말해주지 않음으로써 나는 정말이지 찌질하게 이런저런 못난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오빠를 비난했고, 오빠는 자책했다. 

 

자책하는 오빠를 보며 나는 위로했다.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지만, 왜인지, 굳이 표현하지 않았다. 

 

나는 오빠를 사랑한다. 무척 많이, 내 자신만큼이나 사랑한다. 그러니, 돌아돌아 이렇게 힘들게 오빠 곁으로 온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내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르는 척 눈 감지 않고 싶다. 이유가 있겠거니 하면서, 참고 눈 감고 모르는 척하며 내 속은 곪아가는 그런 사랑은 하지 않을테다.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 당연히 아프고 상처받는 것들은 있겠지만, 나와 그 둘 관계 이외의 것에 의해 아프고 상처 받는 것은, 사랑이 아닐것이다. 의심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의심하게끔 하는 것도 속이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나처럼,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이 관계를 포기하진 않겠지만, 서로를 속이는 관계라면,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속이는 관계라면 지금 당장은 마음 아프더라도 끊어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