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

그라쎄 2020. 9. 5. 13:05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시작해도 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었다. 

 

좋아하는 감정은 너무나 변덕이 심해서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실체가 없는 것이기에

그걸 믿고 결정하기에는 참 어렵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랜 시간동안 그이가 걱정되고 불안했고 안쓰러웠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이럴 거라면, 

그래, 그에게로 가자했고, 오랜만에 만난 그는 잔뜩 벽을 세우고 살고 있었다. 그게 너무 마음 아팠고, 죄책감이 느껴졌고, 책임감이 또 느껴졌다.

 

남들은 이상한 논리라 하겠지만, 나는 그랬다. 논리라고 하기에도 우습지만, 나는 그렇게 흘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옆에 있으면서 나는 자주 실망했고, 자주 울었다. 그의 낯선 모습에 두렵다가도 적응해야지 다독이다가도, 그 모습이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한없이 작아졌다. 

그러고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곁에 있고 싶었던 것은, 그가 그의 오래된 상처가 조금씩 나아져 가고 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그가 그의 속을 내보이기도 하고 정말 솔직한 감정을 나에게 뱉어내는것을 보면서 안도감과 함께 이제 정말 다시 같이 시작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치만, 이런 것과 연인은 또 다른 문제였던 것 같다. 

나에 대한 미움이 거두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사랑은 불쑥 튀어나오지 않았다.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따뜻함과 열정을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거리를 두기로 한다. 

 

너는 나를 좋아한다고 주장한다. 너는 그렇게 너 스스로를 속이려 한다. 그래야만,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할 것이라 믿으니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너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다. 천천히 천천히. 

지금까지 있어왔던 시간만큼 흐르면 너도 알게 될 거라 생각한다. 나는 너에게 소중한 사람이지만, 별개로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