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

그라쎄 2021. 3. 31. 22:11

1. 이 책을 냈을 때 프랑수아즈 사강은 스물 네살이었다. 

2. 프랑수아즈 사강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명의 소설 제목으로 또한 유명하다.

3. 소설보다,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삶이 더욱 소설 같다. 

4.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의 서평을 적는 동안 나는 맥주나 와인 대신 탄산수를 마시고 있는데 이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5. 이 책은 연애소설이다. 

6. 연애 소설인데 왜 하나도 달달하지 않았고 달달하지 않음이 되려, 공감이 갔다.

7. 나는 이제, 100% 행복할 수 없고 100% 외로울 수 없는, 그런 감정을 알아버린 사람이 되었다.

8. 이 말은 즉슨, 행복하더라도 partial하게 슬프고, 슬프더라도 partial하게 행복하다는 것.

9. 그러니까, 난 항상 복잡한 감정의 복합체를 품고 산다는 것

10. 사랑을 믿냐는 질문에 사강이 대답했다. 사랑을 믿는 게 아니라, 열정을 믿는다고. 

11. 그래 사실 나는 안다.

12. 감정이라는 실체 없는 것을 믿기에는 나는 너무나 연약하기에, 감정에 의존한 결정은 피한다.

13. 감정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은.....얼마나 비겁한 나의 변명인가. 

14. 나는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보고 싶은 대로, 나의 논리를 만들어갔다.

15. 그러니까 나는, 로제가 되었다가 폴이 되었다가 그리고, 시몽이 되었다.

16. 가장 행복한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시몽이라 여겼다.

17. 그는 사랑에 아팠지만, 온전히 아플 수 있음은, 온전히 행복하기도 했다는 말이다.

18. 상처 받을까봐 하지 않았던 결정은 오히려 나를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불행하게 했다. 

19. 경험이 쌓이면서 겁이 많아지고, 맘껏 들이 받지 못한 것은, 나이가 들어서 같은 구태의연한 이유가 아니라

그저 내가 얼마나 그 때 아팠던지 잊지 못했고 다시는 아프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랬다.

20.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21. 어차피 아무도 '정'답은 모르므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며 날 위로하며 살아야 할까?

22. 적어도 나는,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외로워 질 결정을 무책임하게 하는 로제이고 싶진 않다.

23.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명목으로 곁에 두고자 한다면... 나는 내 감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24. 그렇지만, 나를 외롭게 하는 이를 내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의 곁에 남는 폴이고 싶지도 않다. 

35. 그래 나는, 시몽이고 싶다. 

36. 유치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고, 그의 모든 행동에 말에 의미를 부여하며 맘껏 행복하고 싶다.

37. 나는 아직도 철이 없구나..

38. 사랑은 별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 나는 철저하게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39.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나는, 철저하게 믿고 있다.

40. 사랑이 나를 구원해줄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하지만, 어느 한 구석만큼은 충만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41. 그리고 사랑은, 반드시 타인을 통해 채워지는 것이 아님을 안다. 

42. 성큼 와버린 이 봄 안에서 나를 채울 것이다. 조금 더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