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어떻게 하던, 일어났을 일.
그라쎄
2016. 8. 9. 12:29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일어났을 일 말이다. 그러니까 사건의 원인은 눈에 보이는 '그 것'이 아니라
더 본질적인 무언가 때문에 일어났을 것이기 때문에 내가 원인이라 생각하고 제거하거나 바꾼다 하더라도 그 사건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을 일이다.
내 손을 떠난 일이라 여기고 고개를 흔들어야 할 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에 더 힘을 주어야 할 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사실은, 예견된 일이지만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고 부정해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어떤 촉매가 들어와서는, 결국은 일어나 버린 걸까.
벌레가 눈 앞에서 알짱거린다.
평소에는 눈 앞에서 알짱 거리건 신경이 쓰이지 않겠지만,
어떤 원인에 의해서 나는 거슬리고 나는 벌레를 죽이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나는 벌레가 내 눈 앞을 알짱거리기 때문에 죽여버린걸까,
아니면, 내 안의 어떤 다른 이유때문일까. 내 마음이 늘 평온하기만 하다면
벌레는 죽을 일이 없었을까? 가장 합리적인 답이라 함은,
안 그래도 기분이 나빠죽겠는데다가, 벌레가 알짱거린다. 벌레는 내가 죽여도 될 정도의 하찮은 미물이니까, 이 생명을 없애면 내 마음이 좀 나아지겠지하며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짝. 하며..
하찮고 가벼운 이 마음 하나쯤은, 내가 잘 간수해야지. 정말 힘겹게 인생의 파도와 소용돌이 속에서 버텨내고 있는 분들을, 도와주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의 응원정도는 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