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영화-밀정
그라쎄
2016. 9. 12. 20:28
오랜만에 영화 나들이다.
실존인물을 그려낸 영화나 소설은 썩 내켜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역사에서 있었을 법한 일을 다룬 영화라는 생각에 극장을 찾았다.
'밀정'은 일제 강점기, 황옥 사건과 의열단에 모티브를 얻어 재구성한 영화이다.
일제 강점기동안, 다 같은 조선인이지만 다 같은 운명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저항하고 누군가는 방관하고 누군가는 동조했다. 돈 좀 있고 권력 깨나 쓴다는 저 위의 나랏님들은 몰라도,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촌부들은 나라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었나 보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들게 했던 나라일지라도, 그 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심은 차마 버릴 수 없었던 건지, 같은 말을 쓰는 동포들에 대한 의리때문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각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 마음 속의 빚은 개인의 안위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게 했다. 아마 겉으로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짖지 않는다 하더라도 세상은 변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할지라도 깊은 마음의 추는 한 편으로 기울어져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한 '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지배당한 한많은 역사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폭력으로 다스리려는 무자비한 거대한 권력에, 저항하고 방관하고 동조하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 마음 속에 있을 아주 작은 씨앗, 이를테면 정의나 양심같은 것들을 움트게 하고 활짝 피어나게 하는 것이 희망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