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각의 고리
그라쎄
2016. 9. 27. 00:03
어렸을 적 나는 공상이 취미였다.
지루하거나 적적하거나 시간이 팡팡 남아도는 어린아이였을 때, 나는
말그대로 공상에 잠기곤 했다.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네티가 되어서 성스러운 도둑질을 하기도 하며, 세일러문이 되어 턱시도맨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공상에 한번 빠지면 도통 헤어나오기가 어려웠다. 어렸을 적에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할 때, 시간은 보내야 했으므로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무는 이 공상이 유익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거참, 해로운 것이 되어버렸다.
집중은 해야 하는데, 한번 생각에 빠져버리면 끊어내기가 어렵다. 처음 생각을 시작한 건 나이지만, 이후로는 내 머릿속이 아닌 것만 같이 수없이 많은 갈래들의 생각이 이어진다.
나를 나의 조절하에 있게 하는 게 넘나 어려운 것이다. 나에게는.
이 생각이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물고 물 때, 이 놈을 어떻게 딱 끊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