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약점

그라쎄 2016. 12. 1. 00:07

누구나 하나 쯤은, 적어도 하나 쯤은 약점이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낮이 있으면 저녁이 있듯, 숟가락이 있으면 젓가락도 있듯. 아주 당연하게 약점과 강점은 공존한다.

어느 책에서 본 것 같다.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는 것보다 강점을 더 강하게 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그러면 자신의 강점이 약점을 가려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완벽주의자였고, 나의 약점은 정말이지 약점이라, 그대로 놔둘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별 짓을 다해보았다.

심리학관련 책을 보고, 애완견도 키워보고, 친구에게 이야기도 해보고, 일기도 써보고,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만큼 노력을 한 건 사실이다. 나는, 나의 이 약점만 극복이 된다면 더 나은 내가 될 거라고 여긴 것이 이유였다.

하늘도 야속하시지, 사실,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그 와중에 나는 자랑거리로 여겼던 것들도 별 거 아닌 시시한 것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나의 약점에만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약점을 나름대로 극복했다. 사실을 말해보자면 나의 노력에 의한 것은 아니다. 감사하게도 나를 격려해준 사람이 있었고,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좀더 낙낙해진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이유면 이유랄까.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극복하고자 했던 약점은 극복을 하긴 한 것 같은데, 원래 내가 가지지 않던 약점이 다시 생겼구나! 하는 시덥잖은 생각.

그래서, 이번에 알아챈 나의 약점은, 극복하려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푸르른 나무가 조금 꺾여 자란다고 대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