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다.

겨울의 문턱에서

그라쎄 2017. 1. 1. 19:09

겨울의 문턱에서.

어김없이 돌아온 이 겨울의 문턱에서,
나는 생각한다.
부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것이라고.

나는 또 생각한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있겠느냐고.

나는 또 생각한다.
그저, 계속 하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이 지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곧 무게를 알아간다는 말과 같다.
사랑의 무게, 책임의 무게, 포기하지 않는 것의 무게.
쉽게 사랑한다 말하고, 쉽게 책임진다 말하고, 끝까지 가보겠다고 했던 말들이 공기만큼이나 가벼이 느껴진다.

하지만 질량없는 말은 어느 순간 그 무엇보다도 무거워진다. 그 순간은 나의 기나긴 여정에서 겨우 한 발자국을 뗀 순간이다.

그래서, 나이를 잘 먹는다는 것은 쉽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쉽게 말할 수 없다. 그 말의 무게를 알기에, 내가 감당하기에 버겁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쉽게 서운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미안하다고도.

그렇다.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은 하늘로 흩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무게를 가지고 나의 등 위로 올라타는 것이다. 나는, 그것들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며 살아갈 때에 어른 비슷한 것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