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이었다.
어떤 사람이 길 한 중간에 주저 앉은 모습이 보였다. 잠시 쉬나, 아니면, 술에 취했나. 하면서 도와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멀리 지나친 후 그 분을 확인했다.
확실히 여자 분이시고, 주저 앉아 몸이 흔들리는 것이 몸이 불편한 것이 분명했다. 저 앞에는 사람들의 중년의 남성 무리가 있었는데, 그 분들도 주시하며 가야하나 하며 망설이는 몸짓이었다. 아무래도 여자 분이시니 내가 가는 게 낫겠다 싶어, 가까이 다가가 '도와 드릴까요?'하고 물었다. 가까이서 확인을 하니 좋은 상태는 아니었고, 의식은 있었으나 심한 어지럼증? 같은 증상에 말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었고,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전화는 끊겼다. 이내 동료에게 다시 전화가 왔고, 나에게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동료 분에게 위치를 전달하고 잠시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나는 그 동료 분이 구급차를 부르고, 더 많은 동료들이 와서 그녀를 돌보는 모습을 보며 안도하며 자리를 떠났다.
상황은 다음과 같았고, 정말로 몸이 안 좋은 사람에게 나는 작게나마 도움을 드렸다.
그런데, 나는,
처음에 그 분께 다가갈 때 두려웠다. 다가갔을 때 혹시 나에게 위해를 가하진 않을까 두려웠다. 전화기를 건네받고 전화를 대신 하는 도중에, 그 분은 몸을 도저히 가누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지고 있었는데, 나는 그 분을 도저히 직접 만지고 기대게 할 수 없었다. 두려웠다. 부축하여 길가로 옮기지도 못했다. 나는 그저 동동 거리며 서서 그 분의 동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었다. 두려움이 더 컸다.
흉흉한 소식을 기사로 접했을 때 나는, 아이고 저런 일이 있었네. 안타깝네 하고 흘러갔었다. 그런데 왜, 하필 낯선 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할 때 그런 흉흉한 기사들이 동시에 떠오르는 건지. 겨우 그런 이유로, 힘이 없어 쓰러지는 사람을 왜 붙잡지 못하고 거리를 두고 동동 거리고 있는지.
돌아 오는 길, 입맛이 쓰다.
나는,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선의 도움을 주었다. 이걸로, 나는 충분히 만족해야 하는가. 그 잠시동안의 나는 용감하지도, 따뜻하지도 못했다.
나보다 용감하고 나보다 따뜻한 이들이 이 세상에 더 많기를 기원하며, 나를 돌아본다. 다음에 또, 이런 순간이 오면 더 용감하고 따뜻하기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되 묻는다. 그런데, 우리..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대로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