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만나겠지, 인연이라면 돌고 돌아 만나겠지. 뭐..흔히 하는 말이 있다. 사람들마다 모두 제각각이겠지만.. 나는 인연이라는 걸 믿는다. 사람과의 연이라는 게 어떻게 쉽게 끊어지고 이어지겠는가. 이어진 연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고, 이어진 연을 끊는다는 것은 자력으로는 안 되는 것이고, 끊어진 연이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여겼다. 뭐, 그리 대단한 것이겠느냐만은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나의 사람들이 내 옆에 있는 것이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 그런 생각쯤은 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의 상을 치르면서 세상에 당연한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 세상에는 당연한 건 정말이지 없다. 나는 할머니에게 정이 깊었다.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할머니와 보낸 시간이 많아서이다. 그래서 할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 내가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픈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슬픔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것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슬픔은, 당연한 것이 아니였다. 모두 제각각의 이유가 있고 이유가 있기 때문에 슬픈 것이었는데. 나에게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역시, 원래부터 그랬던 것이 아닌데. 그런 거구나, 그렇게 흘러가는 거구나. 싶다. 처음부터 당연한 건 없었고, 없고, 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쩔 도리 없이 나는 나의 감정에 몸을 실어야하는 수밖에 없다. 그저, 나의 감정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그것만을 경계할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헛헛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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