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다.

피맥

그라쎄 2020. 5. 2. 14:25

흐르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은 흘렀고

나는 여기에 서있다.

 

나는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기대했지만, 기대했던 좋은 날은 오지 않는다.

아마, 내가 기대하는 좋은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버티는 데 들이는 힘은 요령이 생겨 조금 덜 들여도 되고, 하루의 잔잔하고 사소한 순간의 멋짐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또 더 좋은 날이 오겠지, 여긴다.

 

어린 아이가 느낄 법한 커다란 행복이나 커다란 설렘은 없어도 별 일 없이 지내는 게, 평온한 일상이 주는 안온함이 더 감사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핫핫플까지는 아니여도, 적당히 사람들이 오가는 멋진 거리에서, 세상 존맛탱까지는 아니여도, 적당히 맛있는 음식에 

또 적당한 맥주 한 잔을 아무 말이나 하면서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꽤나 의미있게 여겨진다. 

 

시간이 흘러, 어떤 계기로 인해 이 시간의 의미가 퇴색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순간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낄 나에게, 지금의 나는. 

 

미래에 어떤 일이 펼쳐지더라도 오늘 내가 느낀 이 평온함과 충만함만큼은 진짜였다고. 그러니까, 그냥 딱 그만큼만 외로워하고 공허했으면 한다. 좋았던 모든 기억들까지 버릴 것 없다고. 그냥 딱 그만큼만 힘들어하다가 일어나보자고 나에게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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