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확히 모르겠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힘들고 정확히 무엇 때문에 슬프게 되는 건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꾸 나는 잠식이 된다.
처음에는 그저,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원하는 만큼 받지 못해서?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 보니, 알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둘이 하는 일이라 그렇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둘이 하는 일이라.
아마, 그래서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정면으로 돌파하고자 했는데 문제가 돌파가 되지 않고 나는 내가 돌파가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피하고자 했고, 피하다보니 여기에 이르렀구나.
문제가 돌파되지 않았던 것은, 서로의 의지 차이였던 것 같고.
나에게 사랑은, 나를 참 힘들게만 만드는 것 같다.
마음을 주지 않으면 힘들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은데, 마음을 주고자 하니 내가 없어지는 것 같다.
자꾸 결론을, 마음을 주지 말자에 이르는 것 같다. 마음을 주지 않게 되면 난 결국 어디에 이르는 지 알아서 이조차도 선택할 수 없다. 결국 나는 힘든 이 시간들, 슬픈 이 시간들, 나의 모자람이 드러나는 이 시간들을 받아들이고 지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나가고 나면 정말 괜찮아질까? 혹시, 이 시간들이 끝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난 계속 힘들고 슬프며 못난 사람인 채로 살아갈까봐 걱정이다. 이게 논문을 쓰는 과정이고 연구를 하는 과정이라면 난 이 시간이 끝난다고 자신 있게 확신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경험한 사람들이 아주 많으니. 그런데 보통, 이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힘든 사랑은 하지말라느니, 별 일 없는 사랑을 해야한다느니, 나 역시도 결국은 이를 극복 못했었는데, 이번이라고 다를 수 있을까.
다를 수 있을까..? 과연..다를 수 있을까?
내가 잘 지나갈 수 있을까? 이 비가 온 뒤에, 나의 땅은 잘 굳을 수 있을까?
난 이 비를 잘 지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인가?
지금 맞는 이 비가 날 참 작아지게 하는 그런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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