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160618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그라쎄 2016. 6. 18. 22:15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워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내 희망의 내용..

 

 어릴 적에는 이런 표현이 대단하고 멋져보였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경외감 비슷한 것이었다.

 오래도 아니고 아주 조금 나이를 먹었을 뿐인데 그 때와 다른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았길 바라는 것은 모든 이들이 갖는 아쉬움, 미련일 것이다. 그렇다. 지금 내가 알고있는 것들 그 어느 것도 거저 얻어진 것은 없다. 내가 살았던 수많은 현재들은 흘러가버린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 지금 내가 알고 있는것들을 이루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니, 십년 쯤 지나면 또다시 이걸 그 때 알았더라면 할 그 현재를 나는 충실히 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