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모난돌

그라쎄 2016. 9. 24. 22:16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 생각한 것도 사실은 나의 위선이군)이나 나보다 약한 사람은 마땅히 도와야 하고, 내가 힘이 닿는 데까진 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마땅히 그럴만한 능력과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더불어 살 수 있는 결정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여겼다.


처음으로, 나의 이 생각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 오로지 나만을 생각한 선택 그리고 결정. 사실,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나 좋아하는 척 했고 미안하지 않았으나 미안한 척에, 고맙지 않았으나 고마워했다. 나의 가식에 치를 떨면서도 이런게 사회생활이라 자위했다.  나는 나의 생각이나 신념이나 믿음같은 것을 내보이면 나는 무리에서 똑떨어진 낙오된 새가 될 것만 같았다. 다수가 소수에게 저지르는 횡포를 비난하면서 다수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나.


나의 신념이라던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라던가, 취향 이런 것들을 잃고 그저 정 맞지 않기 위해 내 스스로 나를 깎아낸다. 나를 자꾸 깎아내면서 타인과 비슷해지는 나를 보며 안도감을 느낀다. 정맞는 게 두렵고 혼자일 게 두렵다는 건 나의 두려움. 나의 실체없는 두려움이 나의 실체를 자꾸만 앗아간다. 이러다가 나의 알맹이조차도, 사라지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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