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테트리스

그라쎄 2016. 9. 18. 22:52

아무 것도 모르던 천둥 발가숭이일 때는, 지금보다 더 천둥발가숭이일 때.

나의 노력을 칭찬하거나 격려해주지 않아도 내가 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와 비슷비슷한 수많은 인생들이 나와 같은 것을 하고 있었고, 그들처럼 그들과 같이 하면 내가 잘못할 일은 없다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나와 같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나의 선택에 확신이 들지않고 하루에도 수천번은 흔들린다. 내가 하는 선택이 잘하고 있다고 말해줄 이 아무도 없다. 

나의 선택은 오롯이 나의 몫. 

막연히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 뿐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그 무게는 두려움이 되었다. 백지와도 같았던 처음에는 어떤 모양이 닥쳐와도 쌓아올릴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쌓이고 쌓인 선택의 결과는, 새로운 하나의 선택을 하는데도 전전긍긍하게 한다. 


게임은 계속된다. 선택을 할 사람도 나이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할 사람도 나이다. 먼 미래의 내가 와서 말해주지 않는 한, 변화의 위험이라던지 선택의 불안감이라던지, 지금 나는 나무 하나를 힘겹게 그리고 있을 뿐이다. 어차피 완성된 그림은 죽기 직전이나 되서야 볼 수 있다면 지금 이 나무 한그루를 즐겁게, 열심히 그리면 될 일이다. 


기대된다. 나의 작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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