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다.

2017년 1월 2일의 나.

그라쎄 2017. 1. 3. 00:33

나는 하루하루 나의 몸으로 살아가고 있어서, 나의 모습이 어떤지, 나의 생각이 변했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가 없다.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몸으로 쑥 들어가거나 매일, 기록으로 남기는 수밖에 없다.

오늘은, 겨울의 한복판답지 않게 너무나 포근한 날씨였다. 월요일이지만, 주말에도 공부를 한터라 한 주의 시작이라기보단, 공부를 이어가는 그냥 그 중 하루였다.
어제 저녁에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인 것 치고는 꽤나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별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걸 다 쏟아붓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어느 순간에는 최선을 다하고 또 다른 어느 순간에는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머리를 콩콩 때려가며 못된 생각, 미운 생각, 나쁜 생각을 끊어가긴 했지만서도 내 마음에 이렇게나 못된 미운 마음들이 있다는 걸 자각할 때마다 내 마음을 들어다가 확확 쏟아부어 태워버리거나 지하 천키로미터쯤에다 묻어버리고 싶다.
언제부턴가, 나의 머릿 속이 흙이 반쯤 담긴 물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만두면, 그저 고요해 맑은 물이 위에 말가니 떠있지만, 아주 조그마한 자극에, 큰 자극에 여지없이 휙휙 휘둘려서 퀴퀴한 흙탕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스물 여섯해동안 묵히고 묵힌 흙이니, 쉽사리 버려지지 않겠지만 이 흙마저도 결국 나인 것을.

정직이라던가 성실, 노력, 친절, 우정, 도덕적 가치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실은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한 흙일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쇠 눈감아 버리면 편할 것을 부득부득 옳다 옳다 하게한 흙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삶의 오답노트같은 흙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어쩔 수 없다. 이 흙에 꽃을 심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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