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나는 걱정하며 마음 졸이기보다는 속 편-하게 대하곤 했다. 하지만, 온전히 나의 선택으로 이룬 오늘의 시작은 나에게 사뭇 달랐다. 잘해야한다는 부담이나 강박보다는 잘 할 수 있을까 같은 의심이 먼저 들었다.
서두가 길었다. 어쨌든, 나는 시작했다.
대학원의 첫 날. 오늘의 하루를 간략히 기록해보기로 한다.
오늘은 공교롭게도 월요일. 월요일 아침은 대청소를 하는 날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자마자 어리둥절한 채로 걸레질을 하기 시작했다. 걸레질은 얼룩을 지우기 위해 하는 것이고 걸레질을 하고 난 직후에는 그 곳을 밟으면 안된다 같은 것을 배웠다. 걸레질 후 걸레는 따뜻한 물에, 세제로 깨끗히 빤다. 팁을 꽂을 때는 폴리 글러브를 끼고 떨어뜨린 팁은 아까워 하지 않는다. (ㅋㅋㅋ)
청소를 하고 난 후 나의 자리가 될 곳이 정리되기 전, 임시 자리에 앉아 아무 사용 설명서나 보았다. 그런 내가 지루해 보였는지, 논문 두 편을 프린트해 가져다 주셨고, 지루함은 싹 가셨다.
그 사이, 교수님과 사수 선배님과 삼자 면담이 진행되었다. 면담이랄 것은 없고, 이런 저런 전달사항을 전해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사수 선배님이 바빴기 때문에 다른 선배님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먹고 와서는, 본격적으로 논문을 읽어보았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것이기도 하고 사실 아직도 논문에 익숙하지 않아 한 번 읽어보는 것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여러번 읽어 보아야 한다. 그러다, 사수 선배님이 오셔서 이제 앞으로 진행될 실험이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험, 밝혀진 것들에 대해 알려주시며 리뷰 논문을 프린트해주셨다. 동시에, 웨스턴 블랏을 진행했다. 원래 내가 알고있는 프로토콜과 크게 차이가 났던 부분은 단백질 정량이었다. 전에는 상대적인 양의 비교를 했다면, 요번에는 단백질의 절대적인 양을 알 수 있다. 같은 시약이라도 지칭하는 이름이 조금씩 다르고, 4도에 보관한다고 알고 있던 시약도 상온에 보관하고 있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에 따라야 한다.
웨스턴 블랏을 진행하다가, 저녁식사를 했다. 학교에서 사먹는 밥은, 금세 배고파 진다.
실험 프로토콜과 이론, 논문을 좀 읽어보려 했더니 얼른얼른 집에 가라길래 퇴근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한껏 긴장했다. 남들보다 두각을 나타내고 싶다는 바램보다는, 그저 내가 포기하지 않고 내 자신을 잘 다스려가며 묵묵히 계속하고 싶다는 바램이다. 물론, 잘 하면 당연히 좋은 것 아닌가. 오늘은 여기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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