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것도 참 많기도 하다.
직업적 성취를 위한 연구 활동
인생의 메인퀘스트 수행을 위한 가정 생활
깊은 문화적, 예술적 소양을 위한 지적 활동
외적인 건강과 미를 유지하기 위한 자기 관리 활동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들..
내가 잘 해내었으면 하는 것이 많다는 건, 나의 하루에 빼곡하게 할 일이 많다는 것.
뭐 하나라도 포기하면 좀 나을까 싶지만 그 하나라도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
결국은 우선 순위를 정하고, 그에 맞게 해야하는 일을 배분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안다.
그럼에도, 그 무엇도 손에 잘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순간이 되면, 모든 일을 잠시 미뤄두고 내 자신과 대화를 한다.
뭐가 힘들어, 뭐가 문제야? 단순히 하기 싫을 리가 없잖아,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오늘 할 수 있는 만큼이면, 그 오늘이 7시까지인가?
아니야, 오늘은 힘드니까 특별하게 6시까지로 하자.
그럼, 일단 오늘 해야하는 연구와 관련된 일들은 6시까지 다 해결하자. 앞으로 4시간 남았다. 할 수 있지?
일단 해볼게, 일단은 오래 걸리고 하기 싫은 것 하나 해결할게. 사실 진짜 약간 마음에 걸리는 건 오전에 했다. 그래서, 잡다한 것 중 가장 큰 것 부터 처리할게.
오늘 운동은 할 수 있겠어?
운동은...저녁에 밥 먹구 런닝머신 뛰는 걸로 대체할게. 한 10분 걷고, 20분 뛰는 걸로 하자. 스트레칭도 필수로 하구.
그리고 또 오늘 하루동안 뭘하고 싶어?
일단, 저녁 밥을 맛있게 지어야겠어. 어제 저녁밥도 제대로 못 먹은 양반이 마음에 약간 걸리거든. 9월은 수 꽃게가 제철이라고 하니, 꽃게 2마리만 사와서 꽃게탕 끓여먹고 우삼겹양배추숙주찜 할거야. 이건 한시간 정도 ? 소요될 것 같아.
그러면, 오늘 6시까지 일 끝내고 퇴근한 후 장 보고 들어가자. 사야할 것은 꽃게, 우삼겹, 양배추, 숙주, 두부!
추석 명절이 있어서 이것 때문에 마음이 부담스럽나봐. 나 혼자면 그냥 명절에 일해버리면 그만인데, 나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일정도 맞춰야 하는 사람도 있으니, 어쩔 수 없네. 그치만, 아무래도 감사한 일이지. 어서 일을 끝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은. 그러니까, 너무 부담만 갖지 말고, 약간의 감사를 더해보자., 그럼 좀 낫지 않겠어?
너무 맞는 말이긴 한데 그게 쉬우면 누구나 했지. 뭐.. 그래도 좀 낫다.
운동하고 나서는 뭘해야하지?
하고 싶은건 책을 좀 여유있게 읽고 싶어. 20분이라도? 오늘 저녁이랑 내일 아침에 20분 씩 책 읽어야겠다.
아참, 그러고 보니까 케일도 사야하구, 요거트도 사야하네.
케일이랑 바나나랑 갈아 먹는 게 건강에 좋긴 하겠지?
이번에는 샐러리 사과 주스를 만들어야겠다. 그러려면 샐러리, 사과를 추가로 사야겠군.
참.. 건강을 유지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드네. 열심히 일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또 돈을 쓴다는 게 아이러니해.
그런데, 생명활동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가만-히 있으면 유지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어떤 사이클이 돌아야만 유지되는 거라고 하면, 우리네 삶이 아이러니하다고 볼 수도 없어. 그저 생명 그 자체 일지도 모르겠어.
어떤 일에는, '왜'라는 질문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걸 알게 된거 있지.
그냥 그런 것, 그게 '자연'의 뜻 풀이이기도 하잖아. 그냥 그런 것에 왜라는 질문이 달리면, 조금 피로해지는 것 같기도 해.
다만, 내가 그냥 그런 것과, 그냥 그런 것은 아닌 것을 구별하는 지혜는 있었으면 해.
좋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제는, 그냥 그런 것으로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하여 , 정말 그냥 그런 것인지 연구해야 하는 너의 일을 해내어야 해.
Endotoxin removal kit 프로토콜부터 숙지하구, 시작하자.
아 맞다, 잊지말고, 오늘 사야 할 목록은 카톡으로 나에게 보내놓자!
즐거운 시간이었어, 이 잠깐의 시간으로, 오늘이 꽤 근사한 날로 느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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