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연인처럼,
서운한 것을 이야기하고 해결하고, 다시 또 사랑을 속삭일 수 있을까?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다.
이런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버겁다.
용기 내어 고백하는 나의 슬픔에 그저 고개를 떨구는 널 보는 것이 버겁다.
내가 잊지 못하는 것은,
한때나마 사랑했던 연인이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도록 용기 있게 보내주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너의 모습
가겠다는 나를 굳이 앉혀 놓고, 보여준 너의 실망스러운 모습
나와는 하지 못하던 감정의 교류를 다른 사람과 하던 모습
내가 싫어할지도 몰라서, 말하지 않고 나를 속이고 거짓말하던 모습...
나는 사랑을 해서 너에게 왔었고, 아니라 해서 가겠다 했는데,
왜 나에게 남은 것은, 그 때 그 사랑도 아니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행여나, 서로에게 상처를 줄까 전전긍긍했던 우리는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어놓고서는, 미안해. 네가 싫어할지 몰랐지, 나는 별 생각이 없었어, 이런 말들만 늘어놓았다. 나의 행동이 너를 거슬릴까 걱정했던 나는, 이제는 어차피 너도 네 맘대로 하는데 나도 내 마음대로 할 거야라는 마음으로 한껏 윽박지른다.
우리가 헤어졌었기 때문이겠지?
아마도, 우리가 헤어졌었기 때문에 너는 그런 것 같다. 너는 피해자이고, 나는 가해자이기 때문에,
나는 상처 받아야 마땅했고, 너는 상처 주어야 마땅했던 그 시간이 필요했었던 것이라 생각했다. 감내해야 할 시간이라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단지 나를 조금 사랑하는 것이었다면 그래도 조금은 더 괜찮았을 텐데, 아니, 차라리 그냥, 떠나가게 두었더라면 더 나았을 텐데 나는 미련하게, 싸우면서 울면서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고 나니, 나에게 남은 건,
내가 그리워하고 참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에 대한 실망감, 그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움 그리고 겨우 이것 밖에 안되나 하는 나 자신에 대한 경멸이다. 나를 함부로 대한 이를 용인했다는 부끄러움이다. 나에게 남은 이런 것들은, 너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나는 너를 참 사랑하지만, 더욱더 사랑할 수 없게 한다. 내 마음은 자꾸 떠돌고 겉돈다. 이건, 미움도 아니고, 증오도 아니고, 원망도 아닌, 어쩌면 사랑일 지도 모르겠지만, 이 사랑은 그때 그 사랑과는 많이 다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와인도 많이 마시고 싶다. 나를 더 많이 사랑하고 싶다. 비록 지금은, 아직은 부끄럽지만, 나는 더 멋져질 것이고, 더 따뜻해 질 것이고, 더 단단해질 것이다. 좋은 사람들을 옆에 두고 그들과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응원하고 격려하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오늘 뭐 먹을지를 이야기하며, 잔잔하게 나이 들어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단호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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