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먼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한창, 이 시의 한 부분이 유명했던 시절이 있다.
버스를 타서 창 밖을 멍하니 있는데, 큰 현수막에 이 시의 구절이 씌여져 있던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였다.
그 때,
무심코 다가온 이 구절은 마음을 사정없이 때렸다. 누군가와 나의 관계가 나에게는 그리 무겁지 않았고 그렇게 무거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고, 아니. 관계의 무게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부서지기도 했을 그 마음을 더듬어 볼 수 있는 바람을 반이라도 흉내낼 수 있다면, 부서지고 있을 그 마음을 되돌리지는 못하더라도 곁에서 빙빙 맴돌수 만이라도 있다면, 나에게 다가오는 이를 있는 힘껏 안아줄 수 있을텐데 말이다.
나는 아직도, 나의 일생을 펼쳐 보일 용기가 없어 눈을 뜨지 못하고 바람이 나에게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바람이 되면 될 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