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조용한 일-김사인

그라쎄 2016. 10. 4. 23:48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 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몇 글자 있지도 않은데, 살풋 웃음이 일게 만든다.

왜, 그럴 때 있다.


그냥그냥 길을 가다가

마음 한 구석이 갑자기 멍해지고

주위의 공기에 귀를 기울이고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질 때.


그럴 때는

내가 이 길을 걷고 있는 게 고맙고

나무 냄새가 나는 게 고맙고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가 고맙다


이런 순간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고 지치는 순간들이 견뎌지는구나

그래서, 살 만하구나 할 때.


오늘, 내 곁에 살풋 내릴 낙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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