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던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내 나름의 논리를 편답시고 말을 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나의 방어 기제일 뿐이였다.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나는 왜이리도 나약해서. 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단지 미안함인거지, 나쁘게 기억되고 싶지 않은 건지, 실제로 못된 건지.
그 무엇이 나의 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건지 모르겠다.
모르겠는 것 투성이라는 것 하나만큼은 잘 알겠다.
그렇지만,
나의 오롯한 선택으로 나는 선택했고 결정했으니, 후회가 남을 수는 있지만
늘 내가 그래왔듯.
내가 어쩌지 못한 것에 대해 미련은 가지지 않는다.
그러니,
부디 행복해지길 바란다.
우리로 묶여있던 사람아,
비록 지금은 상상할 수 없었던 지금이겠지만,
그래도 걸어갔으면 좋겠다. 뚜벅뚜벅, 너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