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다.

잠 못드는 밤

그라쎄 2020. 1. 4. 10:47

정말이지 오랜만에, 잠 못드는 밤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커피를 많이 마신 것도 아니었는데, 

쉬이 잠들지 못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밤

 

나는, 요즈음 생각할 시간이 많다. 라고 말하는 것도 거짓이다. 나는 외면했고, 모르는 척 했고, 회피했고 그래서 도피했다. 그런 나를 직면했다. 그러고 나니, 내 마음의 지진의 원인을 알 것 같았다. 나는 누군가를 원망하고 탓했었다. 그래서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밉고 원망스러운 대상은 나였고, 나이다. 그걸 문득 깨달아버린 나는, 그 누구의 위로도 스며들지 못하고 그저 내 안의 동굴에서 그저 숨어있다. 아, 이제 어떡하지. 열심히 일해본다며 그동안 외면해온 나는 생경하고 당황스럽다.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살거야, 하면서 달린 나의 모습은 나의 선택에 대한 변명으로 여겨지길 바란 것 같다. 

 

난 나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싶었고, 나 자신을 향한 나의 미움을 눈 감고 싶었었다. 인정해버리니까 어이가 없고, 기가 찬다. 힘든 건 늘 있어왔던 것이고, 기대는 것은 고마운 것인데 말이다.

 

사람의 마음은, 불안정하다. 불안하고 변덕스럽고 흔들린다. 난 나를 속였다. 점점, 내가 나인 채로 사는 게 어떤 건지, 모를 지경이다. 나의 존재 이유 조차도 희미하고 무척이나 망연자실하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깨어있는 채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마저도 나는 깨어있는 척 해온 것 같다. 내가 서있는 이 지금, 이 곳에서 어떤 선택들을 해야할까. 도대체 무엇을 토대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일까. '좋다'라는 감정이 선택의 이유가 될 수 있는걸까. 

 

사람들은 각자의 선택을 해가며, 나름의 이유를 말하는데. 나는 그 어떤 이유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왜 떠났는지, 왜 머물렀는지, 왜 달리는지, 왜 이 글을 쓰는지 조차도. 그 때 그 때는, 특별하고 큰  이유였던 것 같은데 돌이켜 보니 이렇게나 보잘 것 없는 이유라니..그저 흔한 이유라니. 

 

다 그렇게 살아간다고 위로하겠지. 누군가에게 구구절절 털어놓는다면, 사람들 다 대단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 아니야. 다 그냥 그런 거라며, 다 보잘 것 없는 걸로 힘들어하고 기뻐하고 그러는 거라고. 

 

난 항상 글을 쓰면서 나의 생각을 소화하고 결국엔, 그래도 희망적으로 살아보자! 하며 맺곤 했는데, 오늘만큼은,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나에게 사과를 해야 나와 화해를 할텐데, 그 어떤 사과로도 용서가 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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