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다.

시를 필사한다

그라쎄 2020. 2. 10. 12:03

만년필로 시를 필사한다.

만년필 특유의 슥삭하는 소리가 좋다.

미움 원망 후회 가득한 내 마음 방이 잠시나마 정갈하게 청소된다.

다시 들어차더라도, 잠시라도 비워내어 좋은 감정을 채울 수 있다.

이렇게 마앍게 살고 싶었는데 하며 나를 위로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시를 필사한다.

 

요즘 나에게 들어차 있는 생각이 한가지 있다. 

힘들다는 게 이유가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인데,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하는 결정들이 나를 외롭고, 실패자로 만든 것 같다. 힘들어도 버텨본 것들이 없다면 나는 정말이지, 아주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음. 그래서. 강물에게 빨리 가라고 등 떠밀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이번 강은 이런 빠르기구나 하면서, 지금 순간 순간을 느끼고 온전히 기억하면서 자박자박 걸어야겠다고 다짐해봤다. 

 

그리고, 하나 더. 너무 잘하려고 말아야지. 아주 적당히 적당히이이이이! 해버리고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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