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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식을 막기 위하여

나는, 정확히 모르겠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힘들고 정확히 무엇 때문에 슬프게 되는 건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꾸 나는 잠식이 된다. 처음에는 그저,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원하는 만큼 받지 못해서?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 보니, 알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둘이 하는 일이라 그렇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둘이 하는 일이라. 아마, 그래서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정면으로 돌파하고자 했는데 문제가 돌파가 되지 않고 나는 내가 돌파가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피하고자 했고, 피하다보니 여기에 이르렀구나. 문제가 돌파되지 않았던 것은, 서로의 의지 차이였던 것 같고. 나에게 사랑은, 나를 참 힘들게만 만드는 것 같다. 마음을..

기록하다. 2023.09.17

또 다시 사랑 아니고 가을

해가 떠있을 때는 쨍쨍하지만 햇빛이 닿지 못하는 곳에 서있으면 가을이구나. 실감한다. 전보다 행복해졌는가 자문해본다. 나는 예전보다 더 덤덤해졌고 담담해졌다. 화날 일도 없고 슬플 일도 없고 그만큼이나 기쁠 일도 없고 즐거울 일도 없다. 감정에 힘을 쓰지 않으니 인생이 퍽 가볍다. 참 사람이 간교하다. 가벼운 나날에 감사하면 될 것을, 왜 더 원하게 되는가 예전과 참으로 달라진 것은, 이렇게 글을 쓰면서 졸음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아마.. 내 뇌가 거부를 하는 것 같다. 이런 저런 깊은 생각을 하는 것을. 그냥 가볍게 살아라 가볍게 살아라 왜 힘든 길을 가느냐 가볍게 살아라 그래도 괜찮으니 가볍게 살아라. 너의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살아라 하는 나의 뇌를 거슬러야 할까.

기록하다. 2023.09.11

중요한 것은-엘렌 바스

중요한 것은 -엘렌 바스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희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모집이 당신을 내리 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지영, 네 덕..

기록하다. 2022.06.14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1. 인간의 연약함, 인간에 대한 불신은 인간을 얼마나 인간답지 않게 만드는가. 2. 솔, 직히 이야기해서 요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랑이라던가, 믿음이라던가, 우정이라던가 이런 것에 기반한 결정을 한번도 하지 않는다. 3. 요조가 이렇게나 인간에 대해 불신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잠깐 스치듯이 나오는데, 하인들의 (성적)학대를 받은적이 있다고 나온다. 4. 한번의 경험으로 한 사람의 인생의 모든 축이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5. 어떤 충격적인 경험을 둘러싸고 있는 잔잔한 경험과 감정과 소감들은 한 사람의 인생의 축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6. 요조의 파멸과 자기 학대, 자기 혐오를 보면서, 그 표현형은 책임없는, 그저 사람의 온기를 충족하는 섹스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만족을 얻는 약물..

서평 2021.04.06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

1. 이 책을 냈을 때 프랑수아즈 사강은 스물 네살이었다. 2. 프랑수아즈 사강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명의 소설 제목으로 또한 유명하다. 3. 소설보다,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삶이 더욱 소설 같다. 4.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의 서평을 적는 동안 나는 맥주나 와인 대신 탄산수를 마시고 있는데 이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5. 이 책은 연애소설이다. 6. 연애 소설인데 왜 하나도 달달하지 않았고 달달하지 않음이 되려, 공감이 갔다. 7. 나는 이제, 100% 행복할 수 없고 100% 외로울 수 없는, 그런 감정을 알아버린 사람이 되었다. 8. 이 말은 즉슨, 행복하더라도 partial하게 슬프고, 슬프더라도 partial..

서평 2021.03.31

내가 필요치 않게, 너무나 존버해버리는 건 아닐까?

퇴근을 할까, 좀 더 책상에 앉아있을까 고민을 하던 찰나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존버하는 건 아닐까 그냥 힘들면 힘들다고 해버리면 되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버티고 있는걸까 내 마음의 확신을 위해서? 좀더 확고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 그러면서 너무 고단하게 하는 건 아닐까 그냥 새로운 사람을 만나버리면 되는 거 아닐까 그냥 만나버리면 되는데 왜 만날 결정도 못 내리고 동동거리는 걸까 내 마음에 누가 있어서 그러는 걸까? 내 마음을 모르는 건 나였다. 내가 어떻게 해야할까? 어떤 선택을 내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헤어짐에 무뎌지고,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아가면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적당히 마음 주면서 슬퍼할 일 없으면서 지낼 수는 없나.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불..

일상 2020.11.25

갈피

갈피를 잡지 못한다 갈피라는 것은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이란다. 그러니까 역시 나는 결정하지 못하는 중인 것이다. 잡고싶을 정도로 그리우면 잡아버리면 되는 것이고, 내일도 모레도 안기고 싶으면 오늘 안겨버리면 그만 이란 것을 알지만, 실제로 행하지 못한는 것은 나는 나의 마음의 확신신하지 못해서이다. 나에게 한껏 상처준 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할까, 그리고 내가 얼마나 사랑해줄 수 있을까. 내가 한 껏 상처준 이가 나를 또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답을 내렸지만 내가 내린 답은 그저 너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또 기다리는 것. 그 동안 네가 덜 상처받도록 거리를 두는 것. 난 아직도 젊고 어려서 그런건지, 여전히 아프고 방향을 모르겠고, 또 별 일이다.

일상 2020.11.25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연구를 한답시고, 실험을 해온지가 어언 몇 년 째인데 왜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걸까. 억지로 갖다 붙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발견을 해가며, 그 의미를 찾아가며 해석해가며 그런 연구 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억지로 만들어가며 그런 데이터의 이어 붙이기의 연속이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걸을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연구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인가?

기록하다. 2020.11.05

마음의 문제

마음의 문제라고 했다. 우리가 사귀는 사이냐 아니냐 했을 때, 마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노력했고 그의 앞에 자주 나타나려 노력했고, 제발 그만하자고 말해달라고도 해봤고 그만하자고도 해봤고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건지, 그는 마음이 조금 열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자기의 마음이, 자기의 아픔이 더 컸었나 보다. 그게 우리가 함께할 수 없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마음만큼이나 너의 마음이 소중해 기다렸는데, 너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어쨌든, 마음의 문제는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쉽고, 안쓰럽고, 또 원망스럽다. 시작하면 전과 다를까. 아니, 우리는 애저녁에 끝났을 인연이었나. 너의 그 모습을 다시 보는 게 두렵고, 내 마음이 다시 ..

기록하다. 2020.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