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다. 72

또 다시 사랑 아니고 가을

해가 떠있을 때는 쨍쨍하지만 햇빛이 닿지 못하는 곳에 서있으면 가을이구나. 실감한다. 전보다 행복해졌는가 자문해본다. 나는 예전보다 더 덤덤해졌고 담담해졌다. 화날 일도 없고 슬플 일도 없고 그만큼이나 기쁠 일도 없고 즐거울 일도 없다. 감정에 힘을 쓰지 않으니 인생이 퍽 가볍다. 참 사람이 간교하다. 가벼운 나날에 감사하면 될 것을, 왜 더 원하게 되는가 예전과 참으로 달라진 것은, 이렇게 글을 쓰면서 졸음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아마.. 내 뇌가 거부를 하는 것 같다. 이런 저런 깊은 생각을 하는 것을. 그냥 가볍게 살아라 가볍게 살아라 왜 힘든 길을 가느냐 가볍게 살아라 그래도 괜찮으니 가볍게 살아라. 너의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살아라 하는 나의 뇌를 거슬러야 할까.

기록하다. 2023.09.11

중요한 것은-엘렌 바스

중요한 것은 -엘렌 바스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희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모집이 당신을 내리 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지영, 네 덕..

기록하다. 2022.06.14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연구를 한답시고, 실험을 해온지가 어언 몇 년 째인데 왜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걸까. 억지로 갖다 붙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발견을 해가며, 그 의미를 찾아가며 해석해가며 그런 연구 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억지로 만들어가며 그런 데이터의 이어 붙이기의 연속이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걸을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연구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인가?

기록하다. 2020.11.05

마음의 문제

마음의 문제라고 했다. 우리가 사귀는 사이냐 아니냐 했을 때, 마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노력했고 그의 앞에 자주 나타나려 노력했고, 제발 그만하자고 말해달라고도 해봤고 그만하자고도 해봤고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건지, 그는 마음이 조금 열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자기의 마음이, 자기의 아픔이 더 컸었나 보다. 그게 우리가 함께할 수 없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마음만큼이나 너의 마음이 소중해 기다렸는데, 너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어쨌든, 마음의 문제는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쉽고, 안쓰럽고, 또 원망스럽다. 시작하면 전과 다를까. 아니, 우리는 애저녁에 끝났을 인연이었나. 너의 그 모습을 다시 보는 게 두렵고, 내 마음이 다시 ..

기록하다. 2020.09.19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시작해도 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었다. 좋아하는 감정은 너무나 변덕이 심해서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실체가 없는 것이기에 그걸 믿고 결정하기에는 참 어렵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랜 시간동안 그이가 걱정되고 불안했고 안쓰러웠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이럴 거라면, 그래, 그에게로 가자했고, 오랜만에 만난 그는 잔뜩 벽을 세우고 살고 있었다. 그게 너무 마음 아팠고, 죄책감이 느껴졌고, 책임감이 또 느껴졌다. 남들은 이상한 논리라 하겠지만, 나는 그랬다. 논리라고 하기에도 우습지만, 나는 그렇게 흘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옆에 있으면서 나는 자주 실망했고, 자주 울었다. 그의 낯선 모습에 두렵다가도 적응해야지 다독이다가도, 그 모습이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기록하다. 2020.09.05

기록하다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졌다. 모두 현재의 시점의 내가 봐야할 사람들이다. 과거의 경험에 얽매여서 단정지을 필요도 없었다. 지영이의 말이 맞다. 우리가 선택한 선택지들이 정답일 리도 없고, 정답이기만 한 것도 아니라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정답인 것 같다. 애써, 내가 바라는 형태대로 되어지길 바라는 게 아니라, 나는 그저 나이고 그렇게 흘러가다 보면, 아 이렇게 되려고 했구나 하며 깨달을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애써서 노력하지말고, 안달복달 애태우지도 말고 나는 나의 마음이 가는대로, 내 마음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그러다가 나를 스쳐가는 이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 것이고, 내 곁에 머물러 준 이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될 것이다. 스쳐갔다고 하더라도 끝난 것이 아..

기록하다. 2020.08.27

피맥

흐르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은 흘렀고 나는 여기에 서있다. 나는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기대했지만, 기대했던 좋은 날은 오지 않는다. 아마, 내가 기대하는 좋은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버티는 데 들이는 힘은 요령이 생겨 조금 덜 들여도 되고, 하루의 잔잔하고 사소한 순간의 멋짐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또 더 좋은 날이 오겠지, 여긴다. 어린 아이가 느낄 법한 커다란 행복이나 커다란 설렘은 없어도 별 일 없이 지내는 게, 평온한 일상이 주는 안온함이 더 감사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핫핫플까지는 아니여도, 적당히 사람들이 오가는 멋진 거리에서, 세상 존맛탱까지는 아니여도, 적당히 맛있는 음식에 또 적당한 맥주 한 잔을 아무 말이나 하면서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꽤나..

기록하다. 2020.05.02

감사한 것 몇 가지

별 거 아니지만 없으면 별 게 되는 몇 가지 날 격려해주는 작은 손짓 혹은 표정 지나가다 슬쩍 건네는 작은 관심 무관심한 것 같지만 사실은 배려해주고 기다려주는 마음 도움이 필요한 나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시간 나의 관심을 따뜻한 애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시답잖은 농담에도 웃어주는 너그러움 조급한 나의 손을 따스히 감싸주는 온기 덕분에, 덕택에 어렵고 버겁고 고달픈 이 길을 때로는 저벅저벅, 또 때로는 터덜 더덜, 또 그리고 사뿐사뿐 걸을 수 있다

기록하다. 2020.04.24

다짐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한다 --> 7시 30분에는 일어나기 스트레칭을 하고 나서 케일이나 오렌지 같은 비타민 뿜뿜 과일 채소를 갈아 먹는다 학교 갈 준비를 하면서 뉴스를 본다 학교 가는 동안에는 한 단락이라도, 책을 읽는다 학교에 도착해서는 먼저 하루 계획부터 한다 실험 해야 할 일이나 공부해야 할 일들 모두 적어본다 그리고 제 때에 식사를 하고 커피를 한잔 마신다 졸릴 때는 한숨 자기도 하지만, 보통은 2시~5시까지는 끊임 없이 실험한다 저녁을 먹고 와서는 실험보다는, 정리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고 계획한다 아무리 늦어도 9시 15분에는 퇴근을 한다 월수금은 꼭 운동을 가기로 하고, 화목은 혼자 달리기를 하거나 홈트를 한다 11시 30분까지는 꼭 잠자리에 든다 잠에 들기 전에는 걱정이나..

기록하다. 2020.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