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다. 72

자기 중심적 말하기

이야기의 화제를 '나'로 돌리는 말하기를 지양한다. 그러나..나는 나에게 관심이 많다. 내가 나에게 관심이 많은 것만큼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내가 타인에게 관심을 가질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나에게 관심가져달라, 내 아픔을 알아봐 달라 어리광이다. 어릴 적에는, 내가 그냥 결핍이 있는 채로 자라서 그런 걸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그냥 나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나를 좀더 냉정하게 바라봤어야 했는데, 타인에게는 냉정하고 나에게는 너그러웠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선택의 이유는 내가 알기에 조금 더 너그러워지지만, 타인의 이유는 알지 못하기에, 알기 위한 노력을 해보지도 않은 채 단호해진건 아닐까? 조금 더 나아지는 것. 어제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더 나아지는 ..

기록하다. 2019.11.29

나이 들어가며

한 살 한 살 먹는 게, 시간이 가는 게 그리 싫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 나이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은 성숙하고 싶었고 자라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사려고 했고, 깨어있으려 했다. 방향 없이 표류하며 흘러가는 게 아니라, 나의 방향대로 더디더라도 닿고 싶었다. 나는 지금, 닿아가고 있는가? 시험지 답안을 채점하듯, 점수가 매겨지는 게 아니기에 도통 확신할 수 없다. 그런데 이거 하나만큼은 알겠다. 아무도 모르는 한치 앞길이다. 나만 모르는 게 아니라, 모두가 모르는 앞길. 그렇기에 누군가보다 나은 길을 택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나는 나의 선택을 하는 것이고 그 선택은 반드시 후회가 따른다. 하지만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가 따른다. 그러하니 불안함 보다는, 그저 한발 한발 내딛는 것 ..

기록하다. 2019.11.23

Taipei story, 1985

영화를 보았다. 타이페이 스토리, 1985년에 대만에서 개봉한 영화인데 어쩐지 한국에서 다시 개봉하였다. 지루했다. 왜 저런 지지부진한 관계를 끝내지 못하는 거지. 서로에게 별 끌림도 없어 보이는 저 관계를 왜 끝내지 않고 저렇게 끌고 가는 걸까. 하는 생각에 이입하지 못했다. 또, 나는 그 주인공들의 서사가 답답했다. 지난 일은 잊어버리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오면서 왜, 본인은 잊지 못하는 걸까. 지난 일을 잊지 못하고 담아 두는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임을 본인도 알고 있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담담하게 펼쳐지는데, 나는 왜인지 명치 끝까지 답답한 마음에 담담하지 못했다. 참 어려운 일이다. 나에게는 아직도 별 일이 별 일이다. 더 맞아봐야, 더 아파봐야 별 일이 별 일이 아닌 일이 될 것이고 무..

기록하다. 2019.11.13

인연에 대하여

만날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만나겠지, 인연이라면 돌고 돌아 만나겠지. 뭐..흔히 하는 말이 있다. 사람들마다 모두 제각각이겠지만.. 나는 인연이라는 걸 믿는다. 사람과의 연이라는 게 어떻게 쉽게 끊어지고 이어지겠는가. 이어진 연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고, 이어진 연을 끊는다는 것은 자력으로는 안 되는 것이고, 끊어진 연이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여겼다. 뭐, 그리 대단한 것이겠느냐만은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나의 사람들이 내 옆에 있는 것이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 그런 생각쯤은 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의 상을 치르면서 세상에 당연한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 세상에는 당연한 건 정말이지 없다. 나는 할머니에게 정이 깊었다.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할머..

기록하다. 2019.11.05

나의 오늘을 기록하는 일

나의 오늘을 기록하는 일은 참 보잘 것 없이 대단한 일이다. 꼬박 기록한 나의 오늘들은, 나의 역사가 되고 나의 흐름이 된다. 알지만, 매일은 .. 어려운 것 같다. 오늘은, 저릿한 날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엉해서는, 반드시 해야할 일만 하고 퇴근했다. 나는,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되려 도망가고 혼자 남을 것이 두려워 되려 도망간다. 결국에는 상처받고 혼자가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 , 잘 버텨내지 못한다. 제아무리 허울 좋은 변명을 갖다 댄다고 하더라도 나는 비겁하고 유약한 겁쟁이인 것을. 나는 툴툴 털어내기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 끝, 의 시작을 하는 중이다. 어렵고 버겁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어렵고 버거운 일을 해버려야 나는 척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피곤한 하루다.. 이제 ..

기록하다. 2019.11.04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다시 읽으며..

요즈음, 작은 즐거움이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는 동안, 15분~20분 남짓한 시간동안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성과 감성을 읽었고 남아있는 나날들을 읽었다. 책을 좋아해서 굳이, 그 시간에 읽는다기 보다는, 그렇지 않으면 그 시간은 대개, 핸드폰으로 재미있는 것을 찾아본다던가 눈을 감는다던가 웹툰 정도인데 그렇게 하고 학교에 도착해있으면 되게 정신이 산만하고, 삶에 대한 열정도 사그라져있다.. 너무 거창한 이유이긴하지만, 사실은 소박하다. 그저 잠시라도 지금 나의 현실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세계에 잠시 빠져있다 나오는 것만으로 꽤나 힐링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주로 소설 류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시작했다. 고등학생때인가, 대학생때인가, 언제인지 모르겠지..

기록하다. 2019.08.15

혼자, 휴일, 실험실

하루왠종일 잠을 자다가, 저녁 때가 다 되어서 능기작능기작하면서 실험실에 왔다 아마 아무도 없을 것 같아서, 씻지도 않고 대충대충 입고 왔는데 역시! 아무도 없었다.이 한가하고 조용한 이 시간이 참, 좋다. 같은 공간이지만, 북적이는 실험실보다, 이 시간의 조용한 실험실은 더 훨씬 좋은 것 같다. 잠, 이라는 게 나에게는 도피처 같다. 피난처같은 곳. 사실, 도망을 간다고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안다.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잠시 도망가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는 있다. 따뜻한 커피 한잔, 해야겠다.

기록하다. 2018.06.06